8년을 끈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JAVA) 저작권 전쟁이 오라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구글이 구축한 안드로이드 생태계엔 충격적인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고등법원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만들면서 오라클의 자바 프로그래밍 기술을 허락없이 사용한 것은 불공정한 저작권 침해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구글이 오라클에 지불해야 할 구체적인 금액을 결정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으로 이 사건을 송환했다. 오라클은 이전에 90억 달러(약 9조67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판결 직후 오라클 변호인은 “가치가 올라갔다”며 배상액이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과 오라클 소송의 쟁점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오라클의 자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37개를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이 저작권 침해냐 아니냐는 부분이다. API란 일종의 명령어로 OS에서 응용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구동될 수 있게 한다. 구글은 자바 API를 이용해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이용자가 손쉽게 앱을 개발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오라클은 구글이 자바를 상업적인 사용했기 때문에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구글은 API는 ‘공정 이용(fair use)’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이용이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저작권자 허락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미국 저작권법의 규정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구글이 승리했던 2016년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1심에선 구글이 오라클의 자바 API를 사용한 건 저작권법 상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며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오라클은 구글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자바 API를 사용한 데다, 이로 인해 오라클의 현재·잠재 시장가치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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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항소심은 이러한 오라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은 공정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 저작권 침해라는 판결이다. 연방고등법원은 판결물에서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이용해 경쟁 플랫폼에서 원래 목적과 동일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 뒤 구글 측은 성명서에서 “자바가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적이고 무료라는 배심원의 판결을 뒤엎은 것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판결은 앱과 온라인 서비스를 더 비싸게 만든다”며 “다음 단계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라클의 승소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물론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에 미칠 충격이 크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지적 재산권 법학 교수 인 파멜라 사무엘슨 UC버클리 법대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이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 “큰 냉각 효과을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API의 무단 사용에 대한 새로운 소송이 제기되고 대기업들이 API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 지불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